더불어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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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문위원회의 브리핑

▷ 일 시 : 2004년 9월 7일(화) 08:00
▷ 장 소 : 국회 당의장실
▷ 참 석 : 이부영 당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 유인태, 장영달, 이호웅, 김태홍, 김희선, 정세균, 박병석, 원혜영, 민병두, 조성래, 이경숙 의원

◈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
이 회의는 모두 발언을 안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보법, 친일청산법 등 얼룩지고 잘못된 과거를 어떻게 하면 청산하고 새로운 것을 열어갈 것이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개혁을 위해 탄생했다. 우리 모두 대의에 합류한 사람들이다. 어제, 오늘 국보법 개폐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진실이 아닌 지나치게 편파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면서 상당부분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기에 되도록 큰 논란 없이 합의해 가려고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상황은 서로 토론과 상생의 큰 취지만으로는 되지 않고 논쟁으로 번져가는 듯한 느낌이다. 국보법이라는 것은 전형적으로 청산해야 할 구시대 유물이라는 것은 우리 주장만이 아니라, 존재해오며 작용 해왔던 부정적인 여러 사례를 보면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패배의 법이다. 체제 사상의 우월성을 위해 극복해야할 상대를 억지 권력으로 제압하려고 했던 패배주의에 사로잡혀있는 법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한국처럼 가장 강한 반공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국보법에 의지해 안보를 확립한다는 의식에 찬성 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새로운 미래, 새로운 21세기의 주역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냉전체제 수단에 의존해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새로운 미래는 민족공동체 형성에서 찾아야지, 과거 냉전체제의 유제를 가지고 달성할 수는 없다. 국가안보에서도 형법을 개정해 얼마든지 살려갈 수 있다. 유지하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독재에 대한 향수, 국보법을 주요 통치무기로 하는 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한 향수, 틈만 보이면 그쪽으로 회귀하려는 잠재적 본능들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 이 법을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2만 불 시대의 동북아 중심국가로 나가는 새로운 노정을, 진로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이번에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정리하는데 더 많은 노력과 논란이 빚어진다. 우리당이 역사에 책임을 지고 힘을 합쳐 하나가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폐지로 가야 한다.
국보법을 올바른 방향으로 정리하고, 국가안보에 대해 보완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열린우리당이 정치하는 큰 이유다. 이 문제 대해선 여러분들이 많은 의견을 가지신 것으로 안다.

◈ 이부영 당의장
지난날처럼 남북이 등 돌리고 서로 인정하지 않고 전쟁 일보직전에만 살아 왔을 때는 국가정통성을 운운할 필요도 없었다. 어느 쪽이 더 나으냐, 못 하냐를 얘기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런데 한반도에도 드디어 화해의 물결이 일어나고, 분단냉전시대에서 데탕트, 화해교류협력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제야말로 정권의 정통성이 어디가 더 높으냐 이런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임채정 위원장 얘기처럼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자기만을 지키기 위한 법적 기제 같은 것은 이제 먼저 정리하는 쪽의 체제정당성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체제정당성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본다. 심지어 정권안보용 인권탄압용이라고 해서 유엔 인권기구, 심지어 미국무성도 폐기하라고 요구한 법이다. 이것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냉전수구의 논리다.
이번에 중국공산당 주최 아시아정당대회에 다녀왔는데 거기에는 수구 극우적 정당에서부터 중국공산당까지 다 참여했다. 인종, 종교, 이념을 다 넘어서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리핀 아로요는 이를 두고 “이념의 풍요로움” 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너무나 옹색해 보였다.
냉전시대로 묶어두는 것이 애국인양 국민을 호도하는 시각을 빨리 넘어서야 한다.

◈ 이호웅 의원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을 보면서 80년대 통행금지 해제 분위기가 생각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굉장한 방종과 무질서,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가졌으며, 저 자신도 많은 걱정을 했는데 그 이후로 얼마나 순기능이 발휘되는지 금방 깨닫게 되었다. 수년간 국보법을 악용해 인권을 탄압한 사례가 없다는 논리로 국보법의 존속 타당성을 말하는 논거가 있는데, 그것은 오히려 국보법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반대의 논거다. 독소조항으로 무리하게 적용할만한 사건들이 그만큼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아직 과반수이상이 전면폐지는 반대한다는 수치로 나타나는데, 이것이야말로 분위기와 대중추수주의를 극복하고 용기 있게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할 시금석이라고 생각한다.

◈ 김태홍 의원
제가 90년대 광주 구청장 했다. 구청이 전남대 후문 쪽에 있었다. 구청 앞 네거리에 200미터정도의 담을 헐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 그 이유가 구청 담을 헐면 전남대 학생들이 데모하러 들어오고, 대학가 쪽 유흥가에서 술 마신 사람들이 방뇨를 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학생들 데모는 물론이고 술 먹고 노상방뇨하는 사람들이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꽃과 나무를 심어 뒀더니 가정주부들이 아이들을 데려와 사진도 찍고 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국보법도 똑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 원혜영 의원
국민들의 불안을 구체화해서 들어보면 간첩에 대한 대책, 국가전복에 대한 대책도 없으면 곤란하지 않느냐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폐지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그 내용이 담길 수 있는 그런 법적인 장치가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장영달 의원
박근혜 대표가 국보법 폐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 하셨는데, 적어도 유신독재가 살길이라고 주장하면서 박정희 정권과 함께해온 입장에서는 그런 주장을 하면 안 된다고 본다. 왜냐면 유신독재체제하에서 국보법을 가장 독하게 정적 압살에 악용했다.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다시 유신시대처럼 꺼내서 써보고 싶은 그런 유혹을 가지고 있다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국보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았다. 국가를 보호하기보다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든 법이다. 당에서 먼저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 나갔어야 하는데 대통령까지 말씀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보법이야말로 박물관으로 보내고 국민통합과 국민화합으로 나가야 한다. 과거 국보법에 저촉 됐다가 복권된 사람들이 금강산에 무수히 다녀왔다. 그 사람들 중 북한에 남아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북한이 잘 됐다고 찬양하는 사람도 없다. 더 이상 국보법 폐지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일반 국민들은 국보법의 내용에 대해 아직은 많이 모른다. 이 폐단에 대해 당이 앞서서 내용이 어떻게 되어있고, 왜 폐지돼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 설명해야 한다.

◈ 조성래 의원
전부 찬성론 일색인 것 같은데, 다른 견지에서 말씀드리겠다. 원래 제가 변호사고, 국보법 위반사건에 대한 변론을 많이 한 변호사다. 그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당초 국보법 폐지를 강경하게 주장한 사람이다. 물론 이법은 반드시 폐지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상당수가 지금 국보법 존재에 대해 긍정하고, 그 효과를 인정하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안다.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우리당이 독주하는 형식으로 보안법 폐지를 강행하다가는 국민들의 지지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폐지는 돼야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을 안도하게 하는 민생경제회복에 좀더 신경을 쓰고 국보법 폐지문제는 현실과 타협하고, 국민을 안도시키는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되 일단 개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당론이라는 것이 100% 폐지냐, 개정이냐. 어느 한쪽으로 가는 것은 우려스럽다.



2004년 9월 7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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