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06년 5월 3일 11:00
▷ 장 소 : 국회 원내대표실
원내대표 된지 100일인데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는 100일이었다. 특히 최근 100시간, 토요일 조찬부터 100시간은 많은 판단과 결심을 원내대표에게 요구하는 시간이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가에 대해 뼈저리게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열심히 해보려고 했고,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의 몫이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결심의 계기로 삼겠다는 말씀드린다.
여러분도 며칠간 잠 못 주무시고, 힘드셨죠?
여러분이 말씀을 주시면 제가 답하도록 하겠다.
-취임 후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말씀해 오셨는데, 어제의 일로 언론 통해 비판 받기도 할텐데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충실했냐는 말씀인 것 같다. 원래 김한길 하면, 타협과 협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많은 협상에 임해왔다. 저는 늘 판을 깨자는 쪽이 아니라 어떻게든 타협을 통해 합일점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라는 생각을 갖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타협과 양보라는 것도 사실은 내가 갖고 있는 것 중에 꼭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다. 일부분을 내주고 내가 꼭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것이 타협과 양보이다. 꼭 지켜야 할 것이 없다면 타협이나 양보라는 것도 불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 저는 그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중요한 협상, 후보단일화 협상, 신행정수도 위헌결정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협상 등등을 책임지고 나섰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을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원내대표에 취임하고 나서도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 그런 점에 대해 같이 충분히 말씀을 나눴고,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임할 수 있다.
원내대표간의 대화에서도 대부분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렸고, 원내대표간에 약속한 것은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하고 있었는데 양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손을 잡고 산에 올랐던 것이 보기 좋았다는 말씀을 많이 듣고 있다. 그러나 좋은 그림만을 위해서 민생과 국익을 한없이 양보해도 되는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여러 번 했다. 좋은 그림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좋은 그림을 위해 민생과 국가에 필요한 일들을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치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제 결론이다. 김한길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민생이나 국익은 조금 손해를 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나쁜 생각일 것이다.
국민들께 좋은 그림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쁜 그림을 두려워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더 나쁜 일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 양보, 포용정치의 정신을 잃지 않고 상생정치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이번 법 통과에 있어서 민노당, 민주당의 협조가 컸는데, 김근태 최고 의원께서 아침 회의에서 말씀하신 중요한 민주 개혁 세력의 전략적 협의체를 검토해 볼 수 있는 사안으로 보는지와 민주당 의원의 본회의 참여를 예상했는지.
=김근태 최고위원의 말씀은 오늘 아침에 처음 들은 얘기이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있다.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하겠다. 어제 민주당의 참여는 예상하지 못했다. 민주당 분들과 며칠 전부터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제도 이번 본회의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공식 회의결과 발표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얘기했던 분들도 쉽지가 않다는 답변을 제게 줬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민주당 일부 의원이 참여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힘을 보태준 것에 대해서도 물론 고맙게 생각한다. 특히 주민소환제를 함께 이뤄낸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주민소환제는 제가 이 자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미 한달여 전에 시민단체가 우리당 지도부를 방문해서 주민소환제 통과를 요구했을때 우리당은 그분들에게 주민소환제 입법을 4월 국회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후 정동영 당의장이 주민소환제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것을 새겨주시기 바란다.
-시급한 민생법안인 비정규직 법안은 어떻게 헤쳐나갈지.
100일동안 어제 일 빼고 스스로 잘 했다는 점 하나와 아쉬웠다 하는 것을 소개해달라.
=비정규직 보호 3법의 처리, 정치적 현실적으로 난감한 문제이다. 이 법의 처리 방안에 대해 민주노동당과도 이번에 여러 얘기를 나눴다. 민주노동당과 합의한 것은 어쨌든 비정규직 법에 관한 토론회나 간담회 등등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함께 나누고 공감대를 찾아보는 기회를 갖자고까지 얘기했다. 그렇게 하겠다.
어제 것을 빼고 잘 한 것이 뭐냐고 물으셨는데, 어제 일이 잘한 것 중에 들긴 드는가 보다. 잘한 것을 제가 말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고,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말 실수한 것이다. 제가 여러분 아시는대로 과장이나 허풍을 통해 정치하는 사람도 아니고 폭로에 앞장서거나 뒷장선 적도 없는 사람인데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되어서 곤혹스러웠다. 정치공작 차원으로 얘기하니까, 그렇지 않은 것을 이제는 다 아시겠지만, 제 표현이 단어 하나가 젊은 사람들 말로 오버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몇몇 기자들이 제게 말씀하시길 평소 신중하게 말씀하시는 분이다 보니 더 그랬다고 하더라. 정치인 김한길의 말실수였다. 제 책임이다. 김한길이 더 큰 정치인으로 크는 성장통이었다고 누가 말씀해 주셔서 새겨들었다.
그것은 김한길의 말실수로 김한길의 책임이 있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당이 책임질 일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제 허물일 수 있겠죠. 더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할수록 여러분과 만나서 할 얘기가 줄어드는 결과도 있을 수 있겠다. 잘한 일은 객관적으로 있으면 평가해주시면 좋겠다.
-김근태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검토해 보시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요구하는 국정안정을 위한 타협의 대상과 민주노동당 등 개혁세력의 공조 개념은 다른 궤도인데 상충하지 않나. 앞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으냐, 혹은 더 옳으냐하는 판단의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지난 조찬을 통해 표출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대통령께서 그날 말씀하신 것은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의 고민이고,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해결방식은 당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건강한 당정의 협력 관계, 새로운 당정관계라고도 말하는데, 그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반드시 한나라당과 어떻게 해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
제가 의원총회에서도 말씀드렸는데 한나라당의 어떤 간부 분이 무슨 여당이 대통령 말도 안 듣냐고 말해서 우리는 원래 그런 당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분들이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모습일지 몰라도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당정분리 원칙에 입각한 당정의 협력관계라고 말씀을 드렸다.
당이 대통령과 정부의 고민을 공유하되 그 해결방식은 당이 선택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새롭고 건강한 당정협력관계라고 이해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비리나 사학법 연계 전략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지도에는 영향을 안 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지난 며칠 동안 국회 문제에 워낙 집중해서 전체적인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판세 등에 둔감하다. 이제 오늘부터 그쪽에도 많이 신경써서 살펴보고 말씀을 드리겠다. 지금 지적하신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저도 신기하게 생각한다. 나름대로 분석해보고 견해를 밝히겠다.
-여야관계가 냉각됐는데 향후 어떻게 풀고 갈 것인지, 어제 이후 한나라당과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는지.
=어제 이후 한나라당과 연락은 없었다. 잘 풀어가야죠.
사실 어제 오전까지, 그제도 그랬고 이재오 대표님과는 계속 만나서 얘기도 하고 그랬다. 마지막까지 어제와 같은 본회의장 모습에 대해 저도 부담이 많았고, 이재오 원내대표께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접점을 찾아보려고 했고,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최대치에 대한 고민도 마지막까지 해 봤지만 결과적으로는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 저는 사학법 문제에 대해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산상회담이 이재오 원내대표와 처음 만난 자리였고 사학법문제를 많이 말씀하셨다. 합의문에 나온대로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하나마나한 말이다. 사학법 아닌 어떤 법안이라도 국회에 내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너무 하나마나 한 얘기인데도 그 합의를 근거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하다 국회에 들어오니 혹시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했었다. 한나라당쪽에서 그런 얘기가 많았고, 마치 그런 것이 있었다는 식의 뉘앙스로 여러분이 얘기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묻는 사람도 없고 하니, 이면합의라는 것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인데 묻지도 않는데 강하게 안 했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겠다고 생각했다. 사학법재개정을 약속했다는 식의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얘기가 떠 돈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문구 외에 더 한 말이 있다면 반대 얘기였다. 제가 사학법 개정안을 내면 사학발전을 위해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면 교육위에서 논의해서 수용할 부분은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사학법의 근간이 되는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서는 어떤 양보도 있을 수 없다. 개방형의 ‘개’자만 나오면 그날로 협상은 끝날 것이라고 우리당의 입장을 처음부터 말씀드렸던 것이다. 이후 이재오 대표를 만날 때마다 제가 확인한 것이다. 개방형의 ‘개’자만 나오면 그날로 협상은 끝이 날 것이다. 그것은 사학법의 핵심이고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다. 그것이 사학발전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오 대표는 우리당의 입장을 저를 만난 첫날부터 너무 잘 알고 계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4월 임시국회 후반에 접어들면서 개방형 이사제를 고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하셔서 사실 제가 깜짝 놀랐다. 한두번 서로 얘기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얘기를 꺼내면 협상이 더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씀 아닌가라고 제가 답변드렸다. 결국 못 받는 것은 못 받는 것이다.
며칠전에 다시 이재오 대표를 만나 말씀을 나눌 때 ‘대통령께서 말해도 안된다. 제가 진작 말하지 않았나, 이것은 안되는 것이다.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제 말씀을 진작에 확실히 믿으셨어야죠’라고 말씀드렸다.
어쨌든 어제와 같은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은 참 바람직스럽지 않은 모습이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림보다 더 중요한 내용도 있다. 그림을 위해 포기할 내용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들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직권상정 실무 절차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이 됐는데, 한나라당에서 직권상정이 안되게 하는 개정안을 내겠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점에서 원칙주의자이다. 개정안을 국회에 내면 국회법이니까 운영위에서 절차를 밟아 심의하겠죠. 제가 운영위원장이다. 제출을 하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겠다. 지금 직권상정 절차를 말씀하셨는데, 그 문제보다 언론에게도 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직권상정 절차가 실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권상정이라는 제도가 국회법에 허용되어 있는 의도가 있다. 상임위나 법사위에서 무리하게 정상적인 법안 심사를 정치적인 이유로 차단하고 있을때 그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직권상정제도가 있는 것이다. 직권상정이라는 제도가 쓰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언론이 국민들께 더 적극적으로 알려 주셨다면 어제와 같은 본회의 그림이 없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법사위원장이 한나라당인데 모든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성폭력방지법, 전자팔찌법, 아동급식법까지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문제는 지적하지 않고 직권상정 절차가 실무적으로 문제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제가 답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법안을 내면 정한 절차에 따라 논의할 것이다. 국회법에 해당되는 사안이면 운영위에서 다룰텐데 제가 운영위원장으로서 잘 다루겠다.
-후반기 원구성시 법사위원장은 어떻게 하나.
=우리당 모든 의원이 법사위원장은 꼭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다. 저도 가져왔으면 좋겠다.
-사학법은 원칙이 있어 안 받아들이고 잘 처리를 했는데, 비정규직 법안도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 있나. 양보할 여력이 있는지.
=비정규직 법안은 국회 절차상 상임위를 통과해서 법사위에 가 있는 법안이다. 법사위는 자구나 체계만 보는 곳이지 내용을 고칠 수 없고, 해당 상임위에서는 이미 의결해서 처리한 법안이다. 법사위에 가 있는 비정규직 보호 3법에 대해 우리당이 어떤 입장을 갖는다고 해서 변경되기 어렵다는 것은 민노당 의원들도 이해하고 있다. 다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더 많은 대화와 토론을 민노당과 갖기로 했다는 말씀까지만 드릴 수 있겠다.
-주민소환제와 관련해서 국회의원이 빠진 것과 민노당과의 협상 때문에 급하게 들어갔다는 지적이 있는데.
=문제제기 할 것이 없는 것이 우리가 국회의장께 직권상정을 요청한 12개 법률에 이미 주민소환제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국회의장이 최소화하겠다는 차원에서 부동산 관련 법과 동북아역사재단법을 선택하셨던 것이다. 우리가 이미 먼저 요구하고 있었고 민노당이 또 요구하고 우리당이 다시 가서 이러이러한 점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전에 통과되어야 실효가 있다는 설명을 드리고 해서 추가된 것이다. 우리당이 요구하지 않은 것이 처리된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 포함은 헌법개정까지 있어야 한다. 참고해 달라.
2006년 5월 3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