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원·김혜정 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브리핑] IAEA 보고서가 오염수 방류라는 국제적 범죄행위의 면죄부가 됩니까?
우원식 의원·김혜정 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브리핑
□ 일시 : 2023년 7월 5일(수) 오후 3시
□ 장소 : 국회 본청 원내대표 회의실
■ IAEA 보고서가 오염수 방류라는 국제적 범죄행위의 면죄부가 됩니까?
IAEA 최종 보고서 결론은 이미 예상대로였습니다. 지금까지 6차례 발표된 IAEA 중간보고서에서 방류에 대해 안전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고 한 만큼, 어제 공개된 IAEA 종합보고서에서도 국제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답정 보고서’였습니다.
IAEA는 그동안 유일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검증기구로 독점적인 검증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오염수 검증은 IAEA 역할”이라며 사실상 IAEA의 검증 결과에 따라 정부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IAEA는 오염수를 30년간 흘려보냈을 때 환경과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할 이익과 피해가 무엇인지, 오염수를 거르는 ALPS의 설비안전성과 성능 등 기술적 검증은 빠진 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IAEA는 국제기구로서 독자적인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 검증 책임을 사실상 방기한 것입니다. 보고서에도 “ALPS처리수 방류 결정을 정당화할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조만간 발표한 우리 정부의 오염수 대응 매뉴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IAEA가 안전하다고 결론 내린 이상, 우리 정부의 오염수 대응 매뉴얼도 그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정부가 제공한 자료로 제한적으로 검토되고, 스스로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IAEA의 보고서를 보고 우리가 안전하다고 일본에게 동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IAEA 그리고 우리 정부는 오늘 제기한 네 가지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문제점 1. 더 안전한 대안을 찾기보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전제로 한 검토
그동안 제시됐던 육상 보관, 고체화 등의 대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편협하고 제한된 IAEA 검증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2018년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인 알프스(ALPS)소위원회가 제시한 후쿠시마 오염수의 다섯 가지 처분 방안에는 △해양 방류 외에 △지층주입 방안, △지하매설 방안, △수소방출 방안, △수증기방출 방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보고서에는 “일본 정부가 IAEA에 ALPS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관련 국제 안전 기준 적용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일본 정부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 제출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IAEA 안전성 검토의 범위에는 정당화 절차의 세부 사항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라며 처리방법과 그 결정의 정당성의 책임을 일본 정부에 떠 넘겼습니다.
문제점 2. ALPS에 대한 기술적 검증 누락
오염수 방류가 적정한가를 가늠할 결정적 근거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진 채, 일본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알프스가 정상 성능을 발휘한다는 전제하에 보고서가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IAEA와 일본은 방류 계획 검토를 위한 점검 대상에 오염수를 이송하고 희석하는 시설을 넣으면서도, 정작 오염수를 걸러낼 ALPS는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ALPS는 삼중수소 뿐만아니라 탄소14도 원천적으로 제거하지 못하고 오염수의 72%가 기준치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트론튬90의 경우 기준치 약 2만 배를 초과하기도 했습니다. ALPS 성능 결함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IAEA는 ALPS 처리 능력에 대한 과학적 검증도 하지 않고, 기준치 초과한 오염수 핵종 처리 대책도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오염수 탱크의 알프스 처리 전 핵종 데이터 및 고준위 슬러지 폐기물에 대한 분석 및 해결대책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점3. IAEA 일반안전지침 준수 및 해양 생태계 영향 평가 등 고려 안함
IAEA의 일반안전지침 GSG-8, 9에 따르면, 오염수 해양 방류가 피해보다 이익이 더 큰 것인지, 주변국의 피해는 어떤지, 사회-환경-경제적 평가를 통한 최적의 대안인지 검토하게 되어 있지만 이를 방기했습니다.
IAEA 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파트에서 도쿄전력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근거로 “국제 수역의 방사능 농도는 알프스로 처리된 물이 바다로 배출되는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국경을 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와 미래세대 및 그들의 환경보호’파트에서도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이웃나라 인구에 대한 방사선 노출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한 “알프스 처리수의 정상적 방류에 따른 해양 동식물의 방사선 영향에 대해서도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IAEA는 도쿄전력의 방사성 핵종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오염수가 방류돼도 국내에 끼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는 삼중수소의 국내 해역 ‘유입 시기’와 ‘농도’ 정도만 설명해줄 뿐입니다. 30년 이상 장기간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얼마나 축적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한 과학적 검증과는 거리가 먼 분석입니다.
IAEA가 일반안전지침도 어기고 있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가 문제 없다고 하는 것은 독립적 기구로서의 지위를 포기한 것입니다. IAEA가 최종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방류 계획에 대해 문제없다고 결론 냈더라도 이것이 국제법상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점4. 주변 회원국 영향을 배제한 IAEA의 편향적·정치적 안전성 평가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의 안전성 검토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주변국의 해양환경 및 생태학적 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IAEA는 초 국경적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오염수 해양방류 안전성 평가와 관련한 여러 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IAEA가 후쿠시마 해양방류를 정당화한다면 주변 국가인 회원국에 대한 권리 침해에 해당합니다.
한국 역시 분담금을 내는 IAEA 회원국입니다. 방사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및 개선방안을 요구하지 않은 채 도쿄전력이 제공한 기술적 자료에 의존한 결과는 중립성을 상실한 정치적 평가로 수용할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발간된 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독립적인 검증임무가 아닌 일본정부의 요청에 따른 위임사항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애초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 주변국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 등은 검토 범위 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미 확인한 사실만으로도 IAEA의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모니터링 검증활동은 일본의 요청에 의해 제한된 위임사항만을 검증하고 있어 독립적인 검증활동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IAEA 최종보고서는 안전성 검증 평가 보고서가 아닌 오로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의 명분을 주기 위한 ‘용역보고서’에 불과한 것입니다.
2023년 7월 5일
더불어민주당 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