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과 박진 외통위원장은 한․미 FTA 비준안 상정과 관련하여 여야 간사간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위원장 직권으로 11.17일 이전 상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은 이미 선대책 후비준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18대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하여 새로운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미비점과 추가대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특위에서 비준안 처리까지 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국회의 여야 합의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비준안을 상정하려는 한나라당의 오만을 규탄하며, 상정을 강행할 경우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전적으로 한나라당이 책임져야 된다는 점을 밝힌다.
정부의 강행계획은 「反국익, 反FTA」의 길이다.
지금 세계경제질서 전체를 흔들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미국은 정권교체, 우리 국내적으로는 쌀직불금을 비롯한 농정 전체에 대한 변화 요구 등으로 인해 한․미 FTA의 미래가 안개 속에 있는 형국이다.
현재 지구촌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질서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미국과 세계주요 국가들의 대처방향 및 이에 따른 우리의 선택 등 여러 가지 영향들을 충분히 분석한 후 천천히 판단해도 결코 늦지 않는 사안이다. 그래야 국민들의 더 많은 안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고, 비준동의안은 확실한 지지 속에서 통과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나아가 국가 장래에 심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한․미 FTA 비준을 미리 정해진 일정과 틀에 따라 무리하게 처리하고 강행 통과하려는 정부․여당의 계획은 양국 의회에서의 FTA 비준 이라는 목표달성을 좌절시키고 불필요한 국론분열은 물론 반미감정과 한․미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반대한다.
우리 국회의 先비준은 무모한 背水陣에 해당한다
정부여당은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 핵심 이유로 대미 압박효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간의 합의는 상호 동의에 의해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 냉철한 외교관(국가 최고의 외교관인 대통령에서부터 협상 테이블의 실무자에 이르기까지)은 항상 당위와 현실을 함께 직시해야 한다. 지난 20개월간 미국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여론, 2년 후 중간선거를 비롯한 향후 정치 일정 등 미국내 상황을 볼 때, 우리 국회의 先비준이 미국에 압박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을 마친 상황에서, 미국측이 재협상을 요구해 왔을 경우, 한․미 FTA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수용과 거부, 모두 파탄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은 빨라도 2009년말 이전에 한․미 FTA 비준을 의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서로에게 우회로나 퇴로를 미리 차단해 버리지 말고 차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 정부여당의 한․미 FTA 비준 추진전략은 어쩌면 ‘안 되도 할 수 없다’는 식이 아닌지 우려된다.
비준을 위해서는 보완대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미측 사정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 국내 비준에 몰입할 것이 아니라, 국내 보완대책을 철저히 마련하여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다져나가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세계를 흔들고 있는 금융부문 및 협상의 최대피해산업이 될 농업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질서와 우리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이지, 최근의 쌀직불금 사태는 우리의 농정과 보완대책에 어떤 변경을 요하는 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위를 구성하여 18대 국회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지난 10월 28일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현재 국회법상 소관주의에 따른 각 상임위별 심사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규제개혁 특위와 정치개혁 특위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한 바 있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비준동의안과 국내보완대책이 불가분의 표리(表裏)관계를 이루고 있으므로, 각각의 상임위에서 이를 심의․의결하기 보다는 각 상임위를 대표하는 의원들로 구성되는 특위를 구성하여, 비준동의안과 국내보완대책 모두를 심의․의결하도록 하면 활동의 충실성을 기할 수 있다.
혹자는 제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특위가 구성된 바 있고, 특위 대신 소관 상임위원회가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제17대 국회에서의 한․미 FTA 특위는 심의․의결 권한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
금융위기와 쌀직불금 사태 등 변화된 상황에 맞는 변화된 해결책이 필요하다. 한․미 FTA의 합의문 자체를 우리가 먼저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비준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식을 차분히 생각하자는 것이다. 고전경제학자들이 대공황이라는 변화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자 새로운 이론으로 이를 극복하였던 케인즈의 말("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처럼 객관적 상황이 변화되었다면 한․미 FTA를 살리기 위한 사고의 틀과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새롭게 구성된 18대 국회에서 국가 장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한․미 FTA를 책임있게 다루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이다.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비준안 상정을 결사반대한다.
우리 민주당은 한․미 FTA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비준안의 일방적인 상정은 결사반대할 것이다. 한․미 FTA 비준을 불도저식으로 강행하겠다는 것은 FTA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한․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나아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단합이 필요한 국민들을 양분시킬 것이다.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 없이 비준안 상정을 강행한다면 우리 민주당 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오늘로 예정된 통일부 예산안 상정을 비롯한 전 상임위 일정을 거부할 것이며, 향후 어떠한 한나라당의 의사협조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2008년 11월 11일
민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