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주거복지특별위원회, 정부는 미분양주택 매입과정에서 주거복지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정부는 미분양주택 매입과정에서
주거복지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우리 경제는 유동성위기를 넘어 신용위기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 한파 속에 머물러있는 실정입니다.
미분양주택 역시 속출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미분양 아파트 6만 2천호를 위험선으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기준 6만 1천호를 넘어섰습니다.
미분양주택이 늘어나면 주택건설 경기가 악화되고, 자금력이 약한 중소건설사들이 연쇄 부도를 맞을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부동산PF 대출에 투자했던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와 부실로 이어지고,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최근 정부는 부동산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미분양주택을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분양주택으로 인한 시장충격을 정부가 흡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부지선정, 토지매입, 건설 등의 절차를 단축할 수 있어 안정적이며, 신속하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책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8%로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분양형으로 전환되는 주택 등을 제외하면 그보다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재고율 목표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수준인 10%대 중반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민간중심 활력제고’ 라는 윤석열정부의 정책기조 하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까 걱정했지만, 정부가 우리 민주당의 주장대로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도록 정책방향을 선회하여 매우 다행스럽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 외면되는 것 같아, 이를 바로 잡고자 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부가 디테일을 놓치고 ‘주택시장 연착륙’이라는 구호에만 빠진다면 시장에는 왜곡이 생기고 이는 고스란히 주거 취약계층과 같은 실수요자를 고통에 빠뜨릴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립해야 합니다.
첫째, 분양가의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해야 합니다.
최근 LH가 미분양 아파트 36가구를 한꺼번에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는 특정 건설사의 이익을 지켜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매입임대주택이 정부의 주요 주거복지정책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분양주택을 매입할 때는 가격과 품질 등 기준을 엄격하게 세워 적용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에 미분양 아파트 36가구를 분양가에서 15% 할인하여 매입했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매물은 이미 15%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분양하고 있었습니다. LH가 이를 대량으로 매입했다면 할인율은 더 컸어야 합니다. 미분양주택 매입단가를 분양가의 최대 50%까지 할인하여 이러한 논란을 종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건설사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분양주택은 건설사의 고분양가, 입지선정과 수요예측 실패가 주요 원인입니다. 또 시장상황을 보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중단했던 선량한 건설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사의 책임을 고스란히 정부와 공기업이 떠안는다면, 국민 혈세로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 됩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사업을 중단한 건설사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미분양 건설사에 패널티를 적용해야 합니다. ‘미분양주택 할인규모 최대 50%’는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의 미분양주택 매입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확충방안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건설업체들의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미분양 36가구 매입 발표가 그야말로 ‘Show’에 불과했던 것인지, 또 매입과정에서 건설사가 얼마만큼의 자구노력을 보였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임자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기도 전에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정부는 ‘시장 친화적 정부’가 아니라, ‘혈세로 생색내는 나쁜 정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셋째, 수요가 있는 곳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매입임대주택은 정부의 주요 주거복지정책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미분양 물량 해소’에만 중점을 둔다면, 정부가 사들인 미분양 물량은 그대로 공실로 남고, 주거수요가 있는 곳은 물량이 부족한 ‘수요-공급 미스매치’로 이어질 것입니다.
정부는 미분양주택 매입의 목표가 ‘시장충격 흡수’가 아니라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주거수요가 있는 지역에 옥석을 가린 후 매입을 진행해야 합니다.
넷째, 정부는 재정의 역할을 전면 확대해야 합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17년 8조 7천억원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2022년 22조 7천억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대비 무려 160% 증가한 규모입니다. 문재인정부의 과감한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대는 OECD평균 수준의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달성과 서민주거 안정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 들어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3년 전 수준인 17조 5천억원 규모로 내려 앉았습니다. 이마저도 기존 정부안은 16조 9천억원이었으며, 심의과정에서 민주당의 요구로 6,600억원을 증액한 것입니다.
지난 예산안 합의과정에서 긴축 예산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건설사 구하기’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모습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재정 기조를 전환하여, 민생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다섯째, 부동산정책의 최종 목표는 ‘주거복지 달성’입니다.
정부는 급격한 주택가격 하락을 막기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 초 1.4 부동산 대책과 이번 미분양주택 매입 방안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정책목표가 ‘둔촌주공 구하기’는 아닌지 의심됩니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둔촌주공’이 분양에 실패한다면, 그 여파가 청약시장 전체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합니다.
지난해 8월, 수도권을 덮친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부터 최근 화곡동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까지,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주거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의 대책마저 오락가락한다면, 국민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정부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갈망하는 국민을 떠올리며, 일관된 주거안정 정책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3년 1월 18일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주거복지특별위원회
김태년·홍성국·김경만·김경협·김성환·김승남·김한규·맹성규·양이원영
오기형·이동주·이용우·정일영·정태호·조승래·홍기원·홍익표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