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재원인 수신료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것입니까?
대통령실이 9일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에 대한 국민 의견을 묻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한달 동안 국민 의견을 듣고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말은 그럴듯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군사정권을 방불케 하는 언론장악 시도를 노골화했던 점을 감안하면, 재원을 무기로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래 줄곧 '불편한 언론'을 탄압하면서 언론 장악을 위한 시도를 노골화해 왔습니다. TBS의 특정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이 과반인 서울시의회에서 TBS 예산 지원 중단 조례를 통과시켰고, 준공영방송 YTN 대주주인 한전KDN을 압박해 공기업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MBC에 대해서는 전용기 탑승 배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방문진 감사원 감사 등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경영진을 흔들어 댔습니다.
느닷없이 홈페이지를 통해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이슈를 제기한 대통령실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이제는 KBS 차례입니까? KBS의 재원인 수신료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것입니까? TV 수신료는 공영방송이 정부나 광고주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독일 등 해외 여러 나라들도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TV수신료를 폐지한 나라로 프랑스를 예로 들었지만, 프랑스는 수신료와 공동부과되고 있는 주민세를 폐지하기로 해서 수신료를 정부 예산 지원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공공재원 지원을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현행 수신료 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고, 대법원도 수신료를 전기세와 통합고지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받는 불이익이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지 않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국회에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계류중입니다. 방송법 처리는 반대하면서 찬반을 묻는 여론재판 식으로 TV 수신료 징수방식만을 바꾸려고 한다면 윤석열 정부 내내 진행한 언론 탄압을 또 다시 노골화하는 것일 뿐입니다.
2023년 3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 고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