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더불어민주당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 임기 1년여만에 발표한 윤석열 정부 저출산대책,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무능했다
“임기 1년여만에 발표한 윤석열 정부 저출산대책,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무능했다”
“윤석열 정부는 초저출생 가속화시킬 69시간 노동개혁부터 철회하라!”
‘0.78의 인구쇼크’라는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했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나, 그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하기에 이번 발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정부는 인구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과 구조적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문재인정부 당시 수립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중 일부를 뽑아내 재탕, 삼탕하고, 찔끔찔끔 늘려놓는 수준에 머물렀다. 언론, 전문가, 학계 모두 하루가 멀다 하고 획기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조족지혈이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일부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저출산대책을 발표한 일본 정부는 육아휴직을 동시에 쓰는 맞벌이 부부의 급여를 실질적으로 100% 보장하고, 2030년까지 남성의 85%가 육아휴직을 쓰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산율 1.27인 일본에 비해 훨씬 더 위기감을 느껴야 할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향후 검토과제로 남겨뒀을 뿐이다. 여성 직장인 중 44%가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도 쓰기 어렵다고 말하고 남성육아휴직률이 3%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몇몇 확대한 정책들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성평등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완전히 사라졌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정책에서까지 성평등을 지워버린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경력단절, 독박육아 등 여성들의 희생에 기반한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문제 해결에 다다를 것을 기대하기는 만무하다.
돌봄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는 늘봄학교도 심각한 문제다. 기존 방과후학교와 돌봄정책을 누더기처럼 기워놓은 짜깁기에 불과한 정책이다. 특히 국민들은 늘봄학교에 대해 ‘아이들을 학교에 밤 8시까지 머물게 할테니, 엄마 아빠들은 그 시간까지 일하라’는 싸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구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늘봄학교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 69시간 노동시간 연장’은 대한민국의 초저출생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말로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 정작 청년들의 노동시간을 늘이는 일에만 매진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69시간 노동개혁 정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정부여당 차원에서 검토된 것으로 알려진 정책은 더욱 가관이다. 30세 이전에 세 자녀를 출산하면 병역을 면제해준다, 아이 많이 나으면 증여재산공제를 확대해주겠다는 둥 부잣집 자제들이나 혜택을 볼 수 있는 허무맹랑한 정책으로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만 일으켰다. 국민들은 설마 이걸 정말 추진하려 했던 것이냐며 혀를 찼다. 대체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을,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인가?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가 너무나 불안하다고 외치고 있다. 일하고 싶지만 일할 곳을 찾기 어렵고, 일한다 하더라도 채용시점부터 급여, 직업 안정성까지 그 격차가 심각하다. 주택은 이미 주거지로의 의미를 넘어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수많은 청년들은 살 곳조차 찾기 어렵다.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교육 등 구조적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기대하는 합계출산율의 반등은 요원할 것이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구위기는 저출생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복합적 결과물로서,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규모의 축소, 학령인구의 감소,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등 인구구조의 심각한 변동을 수반하고 있다. 이에 더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도 심각한 난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어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의 인구위기에 대한 인식이 매우 협소하고 근시안적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경원 위원장을 정치적인 이유로 파면시켰다. 그 결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다. 윤 정부 스스로 인구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위원회의 실질적 힘을 뺀 것이다. 우리보다 상황이 조금은 나은 일본도 2015년에 1억총활약 담당 대신이라는 장관급 직책을 신설했다가, 최근에는 ‘어린이가족청’설립, 저출산 담당 특명 장관을 별도로 임명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전 부처의 관련 정책을 지휘하도록 해도 될까말까 한 상황이다. 향후 인구위기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경제활동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될 2030년이 출산율 반전의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말로만 과감한 정책을 외칠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들의 노동시간을 확실하게 줄여주고, 부부가 함께 일하며 함께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환경을 구축하고, 불안한 미래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사회적 조건 마련을 위한 사회대개혁에 버금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년 3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