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검증대책단(TF), 또다시 불붙은 수소제거기, 실험과정과 결과를 왜곡한 원안위와 한수원은 진상을 밝혀라
또다시 불붙은 수소제거기,
실험과정과 결과를 왜곡한 원안위와 한수원은 진상을 밝혀라
지난 3월 23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2018년부터 불꽃발생으로 논란이 되었던 세라컴사의 수소제거기에 대한 중간실험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세라컴사의 수소제거기 성능이 한국수력원자력의 구매규격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규제요건은 만족한다는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과정도, 절차도, 결과도 엉터리였습니다.
수소제거기는 원자로 건물 내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등 중대사고로 수소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중대사고 완화장치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후 우리나라 전 원전에 설치된 장치로 이번에 실험한 세라컴사 수소제거기는 월성 2ㆍ3ㆍ4호기 등 국내 원전 18기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실험을 한 KNT사 수소제거기와 마찬가지로 세라컴사의 수소제거기 역시 수소제거실험시 화염과 불꽃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세라믹소재 수소제거기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 자료에 따르면 세라믹에 코팅된 촉매입자는 700도씨 이상에서 결정구조가 변하면서 촉매 성능이 떨어지고 800도씨 이상에서 촉매 입자가 떨어져 나가 촉매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에 세라믹 소재 수소제거기는 600도씨 이하에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녹아내린 핵연료가 있는 격납건물 하부온도는 2,000도씨까지 올라가는 등 세라믹 소재 수소제거기는 중대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원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또한, 수소제거기에서 발생하는 불꽃과 화염에 대해 규제요건이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원전 중대사고관리지침서에 따르면 원자로건물 내 수소 제어를 위하여 잠재적 점화원를 차단하여 수소 연소를 방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 실험에서도 세라컴사의 세라믹소재 수소제거기는 수소농도 3.46%에서 촉매제 최고온도가 412도씨로 올라가며 불꽃이 발생했습니다. 수소농도 6.35%에서는 수소제거기 표면 온도가 최대 643도씨까지 올라가며 화염이 발생했습니다. 중대사고시 수소제거기가 아닌 화염방사기로 둔갑할지 모르는 장치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규제요건은 만족한다는 궤변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안전설비 부적합사항 보고 위반입니다.
「원자력안전법」 제15조의3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적합사항을 발견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부적합사항의 보고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불일치(nonconformance)란, 안전관련설비 또는 필수사고관리설비가 설계문서 및 구매문서에 기술된 요건으로부터 벗어나 있거나 그 요건을 준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를 확인했을 경우, 사업자는 48시간 이내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합니다. 해당 법규를 위반할 경우 원자력안전법 제117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시 인허가 과정에서 성능검증을 위한 시험장비 및 방법의 적절성 검토가 이루어졌고, 구매조건 및 규제요건을 만족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번 재실험시 확인한 성능저하는 실험장비와 방법을 달리 해 부적합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주장합니다.
세라컴사 수소제거기의 결함 가능성이 문서로 정식 보고된 2019년 5월 한국수력원자력 간부회의에서 관리자급 간부는 "그룹장, 이거 그러면 당연히 비밀이야. 당연히 비밀이야. 지금 뭐 이게 수소폭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점화해가지고서 화재로 인한 사고로 갈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라고 실험결과를 비밀로 하자고 말합니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실험 은폐의혹은 차고 넘칩니다. 그럼에도 성능저하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대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에 기가 찰 노릇입니다. 국내 유일의 원전사업자로서 책임감있게 진상조사에 임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번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입니다.
이번 세라컴사 수소제거기 수소제거실험은 원자력안전위원에게 보고도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8호에 따르면 원자력안전관리에 따른 조사·시험·연구·개발에 관한 사항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세라컴사 수소제거기 수소제거율 실험은 작년 12월 13일부터 5차례 진행되었지만, 원자력안전위원들에게 실험일정 등이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습니다.
12월 실험 직전에 열린 16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실험주관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구체적인 실험계획과 실험일정들을 결정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실험 매트릭스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와 협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험 계획과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회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지도 않은 채 세라컴사 수소제거기 실험을 강행한 것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안전을 감시하는 국내유일의 규제기관입니다. 원전안전에 대한 심의의결과정조차 생략되어 실험이 진행된다면 누가 원전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이번 세라컴사 수소제거기 수소제거실험은 과정도, 절차도, 결과도 엉터리인 실험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게도 묻겠습니다. 묻지마식 원전정책으로 국민의 삶이 나아지고 있습니까? 원전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수소제거기 실험에서 원자력안전위원에게 실험절차가 사전공지되지 않은 것,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적합사항 보고의무를 누락한 것에 대해 한점 의혹없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기 바랍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에도 경고합니다.
불꽃과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수소제거기를 장착하고도 원전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 원전안전을 책임져야 할 두 기관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국민의 신뢰회복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원전안전을 강구하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 조사와 관련한 미비점에 대해서도 한점 의혹없이 진상을 파악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기를 촉구합니다.
2023년 3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검증대책단(TF)
국회의원 양이원영, 김두관, 김성환, 이개호, 이학영, 김용민, 이정문, 박영순, 윤영찬, 이동주, 이용선, 장경태
지역위원장 이선호, 최택용, 한영태, 황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