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한국경제, 하방리스크는 대통령이다
오늘 한국은행이 2023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를 발표했다. 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0.3%로 집계됐다. 2분기 연속 역성장은 면했지만 기술적 침체만을 모면했을 뿐, 우리 경제 전 분야에서 활력을 잃어가면서 사실상 경제침체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경제를 강타한 반도체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의 영향은 1분기에도 이어졌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민간소비 증가로 (-) 성장을 면하기는 했지만, 증가속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경제 체온을 가장 잘 반영하는 서비스업 소비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1.3%), 운수업(-3.1%)을 중심으로 0.2% 감소한 점은 엔데믹에 따른 보복 소비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기·가스·수도사업 등에서 -2.0% 하락한 것도 에너지 가격 등 물가 급등으로 인한 민생고를 반영한다. 설비투자가 –4.0% 크게 줄어든 점은 기업들이 미래를 매우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올 1분기 한국경제는 미-중 갈등과 정책의 불확실성, 물가·고금리·고환율의 장기화에 따른 투자와 소비심리 불안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꺼리고, 소비의 핵심인 서비스업의 성장세 둔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전분기 대비 거의 역할이 없었다는 점은 되새겨 봐야 한다.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 이후 SVB·CS 사태를 거치며 팽배해진 금융불안도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사기 사건 참사에서 보듯이 여전히 한국만의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의 여러 영역에서 뇌관으로 존재하는 현재진행형 위기다.
일시적 둔화가 아닌 길고 구조적인 침체가 될 것이다.
1) 당면한 침체는 결국 순수출 측면이다. 수출불황의 저변에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 블록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주력 수출업종인 IT·반도체는 블록화를 넘어 리쇼어링 대상이 되는 전략품목이다.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준 자동차 수출마저도 미국의 보조금 배제 조치 앞에 위태롭다. 올 3월 기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수출에 반등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발표한 수출대책이 25개가 넘는다는 둥 앓는 소리 할 때가 아니다.
2) 수출 부진의 여파로 내수 회복 전망도 어둡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604개 국내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4.7% 감소했다. 고금리에 자금 조달비용은 치솟는데, 고물가로 소비자 지갑은 닫힌 까닭이다. 엔데믹 보복소비 바람마저도 차츰 잦아들다 해외여행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입니다. 내수 부양용 재정지출은 높은 물가 장벽에 가로막힌 상황에서 세수마저 20조가량 펑크가 났다. 초부자감세와 무리한 재정준칙 도입에 그토록 앞장서던 윤석열 정부는 대책 없이 입을 닫았다.
3)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한파도 몰려오고 있다. 올해 일자리 증가 전망이 암울해지면서 고용탄성치가 전년대비 3분의 1 수준(0.312)으로 급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올 3월 기준, 수출경제의 엔진인 제조업 분야 취업자 수는 3개월 연속 감소했고 청년층은 이미 수개월째 고용절벽을 맞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공공 일자리를 ‘세금알바’라 비난하던 윤석열 정부는 올 1분기에만 92만 개 직접 일자리를 제 손으로 뿌렸다. 그러나 고용 없는 저성장은 이미 코앞에 다가왔다.
4) 곳곳이 지뢰밭인 민생경제는 한두 곳씩 터지기 시작했다. 빚폭탄을 안고 법원을 찾은 개인회생 신청자가 올 3월에만 1만 명을 넘어섰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전세사기까지 맞은 청년들은 절망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1천조 대출을 짊어진 자영업자들은 다중채무로 폐업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특권에 찌든 검사를 대통령에 앉힌 대가의 계산서는 주69시간 노동으로, 공공요금 인상으로 집집마다 청구되고 있다. 이대로 서민층이 붕괴한다면 침체는 터널이 아닌 하늘이 될 것이다.
윤석열 경제팀의 무능이 한국경제의 가장 큰 하방리스크다.
최근 미국까지 가서 전 정부 탓하고 온 경제부총리는 지금도 어김없이 ‘상저하고’만 되풀이하며 특별한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곤두박질치는 지표 속에서 대책 없이 막연히 좋아질 것이란 전망만 내놓는 것은 사실상 자기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유일한 근거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일진대, 정작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과 척지지 못해 안달이 난 듯하다. 진영 갈등의 한복판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윤 대통령은 기어이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는 말까지 듣고 와 우리 경제의 앞날은 물론, 국민의 자존심에까지 상처를 남겼다.
대통령이 RE100도 모르고 출마할 때부터 한국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정해져 있었다. 당면한 침체 위기를 헤쳐나가기엔 윤석열 경제팀의 무능이 지독히도 깊다. Y-nomics라 쓰고 Why-nomics라 읽겠다. 도대체 왜? 어째서 그토록 무능한가?
2023년 4월 25일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